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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끄적

세부 여행기

by ehei 2023. 8. 23.

2023년 7월 24일. 정말로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가장 최근이라고하면 2008년 신혼여행을 위해 뉴질랜드로 떠난 일이다. 그동안 너무 바빴고 생활에 여유가 없었고 무엇보다 가족이 둘이나 생겼다. 이제 막내도 어느 정도 컸고 무엇보다 첫째가 해외여행을 많이 바랬기에 결심하게 되었다.

뉴질랜드 여행처럼 출발 때도 우여곡절이 있았다. 시간을 너무 여유롭게 생각한 점이었다. 공항에 층분히 일찍 도착했음에도 출국장 밖에서 식사하고 커피 마시고 양치하고 하다보니 탑승 시각이 임박했다. 게다가 출국장은 몹시 붐볐다. 예상 시간이 무려 40분.... 그리고 여행을 오랜만에 떠나서 세부 사항을 모두 잊어버렸다. 제 1터미널까지 기차를 타고 또 15분... 이미 탑승시각을 20분이나 넘어버렸다. 결국 부인은 큰 애를 잡고 뛰고 나는 둘째를 안고 뛰었다. 어리지만 18kg를 안고 뛰는 일은 보통 힘든게 아니었다. 계단도 뛰어올라가야했다. 간신히 도착하니 사람들은 거의 막바지였다. 우리보다 늦은 가족이 하나 더 있기는 했다.

그렇게 간신히 올라탄 비행기는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거의 1시간은 지나 출발했다. 아마도 세부행 비행기가 많은 탓에 그런 것 같았다. 어쨌든 비행기는 날아올랐다. 저녁이기에 잠은 쉽게 들었지만 깊게 잘 수는 없었다. 몹시 추웠고 흔들렸다. 불편했기에 계속 깨고 잠들고 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세부에 도착했다. 공항 입국장은 매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대다수는 한국인으로 보였다. 나가기 위해 1시간 가량 줄을 서야했다. 여권에 도장을 받고 공항 문을 나섰다.

우리가 이용하기로 한 곳은 자유여행사였다. 요새 필리핀 여행의 대세라고 한다. 고객은 원하는대로 일정을 짜고 가이드가 그들을 인솔하여 관광을 시켜준다. 세부의 주력 관광 상품은 호핑이다. 이 단어는 섬 사이를 폴짝폴짝 돌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져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왜 그러냐면 아름다운 세부의 바다를 즐기기 위함이다. 고래상어, 거북이, 정어리떼 및 바다 속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말레이시아 관광을 갔을 때 나도 본 적이 있었다. 산호초로 이뤄진 바다 숲을 보는 것은 사람을 무아지경으로 만드는 경험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스쿠버 다이빙까지 즐겼지만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수면에서 간단한 장비로 보는 일은 환상적이었지만, 나는 익사의 공포에 종종 사로잡혔고 관광 후 배를 올라 타는 일도 위험천만했기 때문에 호핑은 그리 내키지 않았다. 나는 일곱살 난 막내와 섬에서 조개껍데기나 주울 생각이었다.

세부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쾌적하다는 것이었다. 동남아인데도 더위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고 습도도 적당했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차를 타고 처음으로 간 곳은 환전소였다. 부인과 가이드가 하차해서 들어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낯선 외국에 있다 보니 슬슬 불안해졌다. 30분쯤 지난 후 다시 승차했다. 물어보니 달러가 조금 찢어졌는데 그 이유로 200달러는 환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서류도 작성하고 지폐 검사를 꼼꼼이 하는 까닭에 오래 걸렸다고 했다. 솔레아 막탄 리조트에 도착하니 새벽 3시가 되었다. 간단히 씻고 눕자 바로 잠에 빠져 들었다. 애들은 기운이 넘친다. 오전 8시에 우리를 깨웠다. 비행기에 새우잠이라도 자서 그런지 많이 피곤하지는 않았다.

조식을 먹으러 갔다. 도착 때는 몰랐는데 식사 장소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있었다. 못해도 절반은 넘어 보였다. 이국적인 음식이 많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오늘은 자유 일정이다. 다시 말해 리조트에서 논다는 뜻이었다. 이곳은 아주 많는 수영장이 있었다. 깊은 곳은 그리 많지 않아 아이들이 즐기기 좋았다. 아이들 구명조끼를 두시간 동안 400페소에 두 개 빌리고 한 풀장으로 갔다.

정확하 거기는 수상 놀이터 같은 곳이다. 물 위에 에어바운스를 많이 설치해놓은 곳이었다. 사람들은 기어 오르고 매달리고 미끄럼틀을 탈 수 있다. 그곳의 안전 요원이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다. 나는 방 출입카드로 착각하고 가지러 갔다. 그걸 보여주니 역시 아니라며 핑크 티켓이 있을거라고 했다. 부인과 나는 그게 멀까 의논하다가 리조트에서 준 종이가 생각났다. 그걸 가져오니 맞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장소에 가서 티켓과 손목 밴드를 교환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또 거기로 갔다. 도착하니 아이들 나이를 묻는다. 10살, 7살이라고 답했다. 그러니 600페소를 내야한다고 했다.  돈을 내니 사람 수 만큼 구명조끼를 가져가라고 했다. 나는 이미 2개를 대여했기에 2개만 가져갔는데...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수상 놀이터의 구명조끼는 시간이 무제한이니 이쪽을 쓰는 편이 맞았다.

그래서 돈을 내고 빌린 걸 반납하러 가고 추가로 2개를 수상 놀이터에서 빌렸다. 부인을 만나 그런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 나이는 외국 나이로 8살, 5살이라고 했다. 듣고보니 맞는 말이었다. 무지로 1,000 페소를 지출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대신 그곳에서 많이 놀았다. 체력이 약한 둘째가 그곳에서 다람쥐 마냥 뛰어다녔다. 안전요원 한 명이 아이들과 잘 놀아줬다. 나도 따라다녔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난 부인에게 이야기하여 100페소를 팁으로 주었다. 잠시 휴식하고 간식을 먹었다. 바로 옆에는 진짜 놀이터가 있었다. 수심은 50cm 정도이고 미끄럼틀이 많았다. 그렇게 오후 늦게까지 놀았다. 그리고 핑크 티켓에 있는 쿠폰으로 석식 뷔페에 갔다.

쿠폰으로는 2인까지만 무료였다. 아침과 달리 저녁은 풍성하고 다양했다. 나는 사과 맥주와 함께 식사했다. 대형 식당은 팁이 포함되어있다고 어디서 보았기 때문에 별도로 주지 않았다. 가이드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일 날씨가 좋지 않아 호핑 대신 관광을 먼저 한다고 한다. 쇼핑몰에 가고 근사한 장소에 몇 군데 들리고 점심 저녁은 외식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지치고 노곤하여 그 날도 쉽게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무언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너무 피곤해서 무시하고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하지만 계속 그 소리가 울리자 혹시 누군가 침입한 건 아닐까 아니면 어딘가 파손이 된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억지로 일어나 가 보니 굉장한 바람에 빨아놓은 수영복이며 모자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바다쪽에 면한 다른 발코니에 가보니 수영복과 차양이 달린 모자 둘이 날아가 버린 걸 알게 되었다. 집 안 소파와 탁자에 펼쳐 놓고 보니 바로 잠이 오지 않았다.

그 참에 팁에 대해 알아보고자 전화기를 들었다. 부인이 오전에 놀아준 안전요원에게 팁을 더 줘야했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였다. 나도 그 점에 대해 동의했고 그 참에 팁 문화에 대해 알고 싶었다. 몇 개의 글을 읽다가 딴지일보에 실린 벼랑끝이라는 분의 글들을 읽게 되었다. 읽고보니 팁 문화는 일종의 자선과 맞닿아있었다.필리핀은 낮은 인건비에 비해 높은 물가 지수를 가진 나라이다. 게다가 세부는 관광지인 관계로 물가가 더욱 높다. 단순 서비스업으로는 생활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필리핀은 신실한 가톨릭의 나러이다. 자선을 강조하는 종교의 특성으로 부자들이 서비스를 받고 돈을 좀 더 주는 것은 일종의 관례가 된 것이다.

그 분의 글에는 이 문화가 바람직하지 않음도 강조했다. 한국 관광 업체는 마사지나 관광에 낮은 요금을 책정하고 팁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많이 썼다고 했다. 즉 성수기에는 보너스 개념으로 더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찰제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거기에 거부감이 있고 그걸 불쾌한 경험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나도 이 글을 읽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엇보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그런 일회성 행동으로 개선하는 건 바다에 물 한 방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님은 그런 행동이 어찌 되었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팁으로 보통 주는 100페소는 한국돈으로 2,000원 될까 말까하다. 소액으로 사람들을 도울 기회를 얻게 되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로 기쁜 일이다. 글을 읽고 안전요원에게 준 팁이 정말 박했음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좀 더 감사의 표시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글이 술술 읽혔기에 다른 글도 찾아서 읽었다. 각각의 인생은 특별하겠지만 그 사람도 보통은 아니었다. 40살에 영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그 이후에는 그곳에서 가이드를 하는 분이었다. 재밌게 글들을 읽다가 시간을 보니 어느덧 새벽 4시였다. 서둘러 잠을 청했다.

조식을 먹고 11시 30분에 로비로 향했다. 가이드와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쇼핑몰애서 점심을 먹고 자유 시간을 두 시간 가량 가진 후 사진 촬영 명소와 레아 신전을 들른 후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일정이다. 차량 안에서 보는 필리핀은 한국의 70년대보다 낙후되어보였다. 세부 시티 외곽에 접어드니 많은 차와 오토바이가 보였다. 건물은 시멘트를 그대로 드러내보인 곳이 많았다. 2층의 창문이 깨진 곳도 있었다. 시내로 들어갈수록 도시 경관은 나아졌다. 길은 좁고 신호등이 없는 곳도 있었지만 건물은 좀더 빛을 반사했고 지나는 이들도 여유로워 보였다.

쇼핑몰에 도착하여 가이드를 따라 츄비츄비라는 싱가포르식 새우 요리점에 들어섰다. 동석을 권했지만 일정을 이유로 가이드는 먼저 밖으로 나섰다. 나는 생수와 로얄이라는 환타와 유사한 음료를 시켰다. 필리핀 콜라는 맛이 다르다기에 경험해보고 싶었다. 허나 식당에는 스프라이트와 로얄 뿐이었다. 잠시 후 소스에 잰 새우 요리와 조개 요리 그리고 무언가로 조미한 듯한 밥이 나왔다. 염도가 조금 높았지만 새우는 감칠맛이 있었다. 마늘향이 강한 조개 요리로 좋았다. 부인이 바쁘게 새우껍질을 벗겨 아이들을 먹였다. 나도 돕고 싶었지만 둘째가 사고치지 않는지 살피는게 고작이다.

식사 후 계산서를 유심히 살폈다. 210페소였는데 식사에 비해 너무 저렴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팁이 미포함이었다. 이런 곳은 당연하 포함돨 줄 알았던 나는 살짝 놀랐다. 나는 안되는 영어로 300페소를 가지라고 했다. 그들은 매우 기뻐했다. 부인과 아이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다른 식당을 살펴보았는데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요리 하나는 대충 500페소는 되었다. 그래서 그 가게로 돌아가 메뉴를 유심히 읽었다. 살펴보니 못해도 1,200페소는 나와야 맞았다. 화장실을 나온 부인에게 그 말을 하니 자기는 대충 짐작했다는 것이었다. 대신 가이드가 그 비용을 미리 지불했을 것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한국인에게 불쾌할지 모를 팁 경험을 주지 않으려고 그러는가 싶었다. 글을 읽어본 바에 따르면 부자가 오면 팁을 주지만 수행원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따져보면 맞는 말이다. 부자집에서 일한다고 부자는 아니니까. 가이드가 지불하면 관광객이 팁을 주지 않아도 될 명분이 있는 것이다.

그 후 메트로라는 대형 마트에 갔다. 말린 망고와 간식 몇 개를 사고 과일 코너를 둘러 보았다. 짐을 늘리는게 싫어 맛보고 싶던 바나나는 다른 곳에서 사기로 했다. 다음에는 바람에 날아간 수영복과 모자 대용을 보러갔다. 간 김에 샌들을 400페소에 샀다. 만원에 팔기에 샀던 샌들의 마감이 날카로워 발목에 매번 상처를 내던 것을 부인이 잊지 않았던 덕이었다. 덕분에 괜찮은 샌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포스기가 부팅이 오래 걸려 조금 지체되었다. 래시가드는 리조트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모자도 차양이 넓은 것을 찾지 못해 역시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리 피부가 간지럽나 궁금했다. 부인에게 말하니 반점이 났다고 했다. 가끔 중국요리를 먹으면 있었던 증상이 새우로 비롯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어느덧 약속시간이 되었다. 가이드가 커피를 들고 걸어왔다. 차량을 타고 사진 찍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세부의 산 속에 있다. 길은 연신 구불구불 꺽어졌다. 운전사는 좁은 길을 추월해나갔다.

산 속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 곳의 삶은 좀더 빈곤해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웃고 즐거워했다. 한 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다. 주변에는 많은 노점이 있었다. 지나치면서 있다가 바나나 구입에 대해 가이드에게 물어야지 생각했다. 안에 들어서니 근사한 정원이 산등성이에 마련되어있다. 가이드가 가족 사진을 찍어주었고 몇 십분의 자유 시간을 주었다. 우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많은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가이드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를 건넸다. 코코넛 밀크라고 했다. 맛을 보니 이전에 직접 코코넛을 따서 먹어본 맛과 너무 달랐다. 너무 달았다. 가이드에게 말하니 연유와 설탕을 넣은 것이라고 했다. 다시 차를 타고 레아신전으로 향했다. 근처에 있어서 오는 것만큼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좁은 도로에 정체가 생겼다. 어쨌든 안으로 들어섰다.

정원 오솔길
오두막
꽃 앞에서
큰 딸과 함께

보통은 외부 주차장에 서는데 오늘은 차량이 많아 신전 안에 주차한다고 했다. 레아 신전이라 해서 거창하지만 실은 필리핀의 한 부자가 자신의 부인을 기념해서 세운 건물이라고 한다. 그리스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에는 거대한 노년의 여성 동상이 앉아있다. 바이올린을 켜는 악사는 분위기있는 음악을 재생한다. 사람들은 온갖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밑에는 근사한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이탈리안 음식과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가이드는 이곳을 지은 유래가 2개 있다고 했다. 첫째 부인을 너무 사랑해서 둘째 바람을 너무 펴서 속죄하는 의미. 하지만 난 다른 유래를 생각했다. 세부에 관광 지점을 만들고 싶은 사업가가 근사한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라고. 부인을 기념하는 곳을 관광객이 우글거리게 만든 이유는 오히려 그게 타당해보였다. 그곳에서 역시 가족사진을 찍고 식사 장소로 향했다. 산을 내려다보며 그릴 요리를 즐기는 곳이었다. 가이드에게 합석을 권했더니 이번에는 응해줬다. 나는 기사분도 같이 식사를 권하면 실례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간이 셌지만 요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레아 신전
세부 시내를 뒤로 가족 사진

종업원들은 바람을 막으려고 발을 내렸다. 어쨌든 식사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법을 먹었다. 가이드는 예전에 트레이너를 했던 듯 싶었다. 하지만 세부의 날씨 특히 다이빙에 매료되어 현재의 직업을 택했다고 했다. 돈을 모아 다이빙 가게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 외에도 세부 생활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여기 동물은 사납지 않다는 것. 아닌게 아니라 목줄을 채운 개를 보지 못했는데 동물들이 짖는 것을 보지 못했다. 뭐 관광객의 시선이니까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중 식사를 마치고 시내로 향했다. 이제는 마사지를 받으러 갈 시간이다. 보통 자정에 출국하면서 마사지를 받는데 우리는 아이들이 있어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였다.

시내로 가는 길은 정체가 심했다. 와중에 사람들의 일상을 길에서나마 스쳐갈 수 있었다. 여러 음식점, 가게, 산길을 걸어 올라가는 여성, 모여서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 오토바이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는 커플들... 이국의 모습이었지만 그 또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1시간 반쯤 지나자 도착했다. 그곳은 한국인 전용 가게같았다. 별실에는 놀이방이 있고 뽀로로가 송출되고 있었다. 안내문은 영어 몇 줄에 한글이 훨씬 많았다. 가이드가 종업원과 이야기를 나뉴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예약이 가득 차서 약속했던 2명 이상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부인과 호기심 넘치는 첫째 딸이 받기로 하고 우리는 가게에서 놀기로 했다. 아로마 마사지로 유향을 바르며 마사지를 해주는 서비스다. 우리는 대략 1시간 동안 놀이방에서 만화를 보거나 밖에서 간단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밖에는 작은 고양이가 잠들어 있었는데 무척 귀여웠다. 마침내 마사지가 끝났는데 첫째딸 얼굴이 기름 덕인지 반짝반짝했다. 돌아가는 길은 마사지 업체에서 제공한 밴을 탔다. 깜깜하고 인적 드문 길은 살짝 두려운 기분을 갖게 했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기에 그런 마음은 더해갔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다. 나는 운전사에게 약간의 팁을 주었다. 이미 시간은 오후 10시가 넘었다. 서둘러 아이들을 씻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마사지 가게 안 뜰
작은 고양이
대기실

다음 날은 피곤에 관계없이 일찍 잠에서 깼다. 전직 세부 가이드의 글에 빠져 새벽부터 탐독했다. 가족들이 모두 일어나자 아침을 먹었다. 부인이 가이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호핑 투어는 취소되었다. 밤새 거센 바람이 불었지만 하늘은 맑았다. 하지만 태풍 위치가 거의 그대로여서 진행하기에는 무리인 듯 싶었다. 아이들은 리조트에 있는 풀장에서 시간 가는지 모르고 놀았다. 오후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거센 돌풍과 함께 세찬 비가 내렸다.

그래도 유아 풀의 수온은 따뜻해서 아랑곳하지 않고 놀았다. 곧 안전요원이 와서 피하라고 했다. 아이들이 물 밖에 나오자 추위를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이참에 숙소로 둘어갔다. 얼마되지 않아 비는 그쳤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기에는 늦은 시간 같아 우리는 대신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주인없는 개들이 어슬렁거려서 두려움을 느꼈다. 다행히 그들은 짖지 않고 적개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관광객이 던져주는 간식에 길들여진 것 같았다. 우리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그들은 서로 놀았다. 해변에서 아이들은 조개껍질을 주웠다. 바다는 제법 따뜻했다. 파도도 거의 치지 않았다. 우리 말고도 산책하는 몇몇이 보였다. 일단의 여성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밤바다에 들어갔다. 평온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으로 피자와 파스타 등을 먹고 숙소에서 쉬었다.

세부 막탄 리조트 안
저녁 식사 중

마침내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출발일 때 있던 일을 교훈삼아 조금 일찍 떠나기로 했다. 낮에 보는 시내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리조트가 있는 외곽은 가난의 일상이 완연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웃고 즐거워했다. 1시간 쯤 걸려 공항에 도착했다. 팁과 남은 동전을 운전사에게 주었다.

게이트를 일찌감치 통과해서 내부의 면세점을 둘러봤다. 둘째가 말린 망고를 좋아해서 큰 봉지로 샀다. 음료수와 과자 꾸러미도 샀다. 여유있게 탑승장에서 기다리다 비행기를 탔다. 가는 길은 역시 추웠다. 자켓을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비행기는 예정보다 빨리 한국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공항버스를 알아보는데 10분 뒤에 출발한다고 했다. 허겁지겁 가족들을 데리고 버스를 탔다. 하지만 부인 말을 들으니 택시를 타는 편이 훨씬 이득이었다. 시간, 금전, 거리 모든 면에서... 하지만 도중에 내리고 갈아탈 수는 없었다. 어쨌든 집 근처 정류장에 도착했고 열심히 짐을 끌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다

귀국행 에어아시아 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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