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도 배니쉬드를 무리해서 했다. 새벽 4시까지 또 다시 했다. 3시에 관두지 못했는데 그 이후 야근을 끝낸 부인이 왔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냐 더 늦어버렸다. 소고기 회식을 즐기고 상사가 어려운 요구를 하는 것들, 회사에서 도는 소문들 같은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부인이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구나 생각들었다.
다음 날은 큰애를 치과에 데려 가는 날인데 늦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서둘렀다. 늦게 잤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앞니가 깨져서 레진으로 시술을 받아야했다. 제 시간에 갔지만 30분을 더 기다려야했다. 끝난 후에 편의점에 들러 요깃거리를 샀다. 내가 늦게 일어나 아침을 치려주지 못했다. 집에서 그걸 먹는 동안 둘째는 친구 생일 잔치에 갔다. 태권도장을 빌려 제법 크게 하는 것 같았다. 비용 문제로 우리는 그렇게 한 적이 없지만 몇몇 아이들은 동네 잔치처럼 하기도 한다. 그런 후 첫째와 공방에 갔다. 만들기를 무척 좋아하는 첫째는 이제 도자기에도 눈을 떴다. 안에 들어갈 수 없어 명확히는 모르지만 이야기로는 접시 모양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부인과 카페에서 주스를 마셨다. 토마토주스를 주문했는데 놀랍게도 페트병에 담긴 걸 따라줬다. 다음에는 생과일인지 확인해야겠다. 토마토 주스의 식감을 즐기는 것인데 페트병의 경우 마시는 케찹이나 다를 바 없다.
집에 돌아온 후 부인은 잠에 빠져 버렸다. 너무 늦게 어제 잔 덕분일 것이다.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다는 성화에 결국 내가 만들었다. 조리법은 무척 간단했다. 익지 않은 김치로도 얼추 맛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큰애는 맛있던지 더 먹기도 했다. 둘째는 맵다고 해서 치즈를 주었더니 먹을 만한 것 같았다. 이후에는 추석 때 샀던 쿠키 키트로 수제 쿠키를 만들었다. 여섯 가지 반죽으로 모양을 만들고 오븐에서 구워내면 된다. 꽤 먹을 만한 쿠키가 나왔다. 부인도 잠을 깨겠다며 함께 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데다가 바로 구워내니 속이 촉촉해서 맛있었다. 큰애는 교회 선생님을 드리겠다고 따로 포장했다. 이걸 다하고 나니 나도 몹시 피곤했다. 자기 전에 루미큐브를 하자는 걸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눕자마자 잠에 빠져 버렸다.
다음 날은 늦게 나마 일어날 수 있았다. 오전에 청소를 하고 배니쉬드 다음 게임을 해보았다. 이전 게임은 마을이 안정화되니 지루해졌다. 모드를 깔고 하는 것도 패턴의 심화일 뿐이니 그만하면 충분히 즐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들고 싶어하는 부류와 가장 비슷한 ‘엔터 더 건전’을 해보았다. 아주 잠시 튜토리얼도 다 못 끝냈지만 대단한 게임이었다. 내가 넣고 싶은 요소가 대부분 있었다. 다만 나는 좀더 사실성을 강조하고 싶은 쪽이지만, 어쨌든 이 게임을 발전 또는 변형이라는 평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교회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탁구, 배드민턴을 했다. 가을 바람이 거세서 배드민턴을 즐기기에는 무리였디. 그래도 부인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드디어 루미큐브를 했다. 첫째는 게임을 아주 잘한다. 좀더 어려운 게임을 사줘야겠다. 아무튼 두 판 내리 이기고 둘째도 졌지만 재미있었던 것 같았다. 부인은 피곤을 못 이기고 먼저 자고 있는 중에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줬다. 일찍 잠에 들면 ‘건전’을 해볼 요량이었지만 요사이 둘째가 통 자지 않는다. 결국 내가 잠에 못 이기고 말았다. 둘째는 이야기가 끊겼다며 성화였지만 도저히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즐거운 휴일도 끝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