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새벽까지 게임을 해서 매우 늦게 자버렸다. 새벽 5시니까 최근 신기록이다. 다음 날 덕분에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좋다면 더 이상하겠지만... 처음에는 ’엔터 더 건전‘을 하는데 금방 멈췄다. 재미없는 건 아닌데 마우스 연타에 대한 학습된 피로감과 시작했을 때 이미 11시여서 좀 편안히 즐길만한 게임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게된 것이 ’오웰‘이라는 게임이었다. 개인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감청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수사관이 되어 테러리스트를 체포하는 게임이다. 어드벤처 형식으로 어떤 단서를 찾지 못하면 게임 진행이 막힌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선의로 한글화되어 있고 이야기 진행이나 연출이 꽤 매끄러워서 쉽게 몰입이 되었다. 특히 개인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은밀하게 조사하는 느낌이 꽤 독특했다.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그만 상술한 시각까지 하고 끝판을 보고 말았다. 글만 있다고 해도 잘 써진 시나리오가 훌륭한 게임 경험을 제시한 사례라고 하겠다.
어제는 국군의 날이어서 TV로 각종 군사장비가 행진하는 걸 관람하며 오전을 보냈다. 둘쨔는 엄마랑 병원에 가서 여유가 생긴 덕도 있다. 온갖 장비를 보며 몹시 근사하다는 생각과 함께 저 많은 것들을 행사장에 모이게 하고 있다가 오후에 있을 시가 행진까지 동원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둘째가 돌아온 직후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집에서 나섰다.
보기로 한 영화는 ‘와일드 로봇’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평이 무척 좋다길래 비도 온 김에 갔다. 실은 등산을 해볼까 했는데 간밤에 그렇게 게임을 했으니 원래 계획은 좀 무리였을 것 같다. 팝콘과 음료를 사들고 자리로 갔다. 전에 시간을 크게 착각해서 낭패를 겪은 일이 있어서 재차 확인했다. 15시를 5시로 생각해서 무려 2시간 늦게 갔고 헛걸음을 만회하고자 영화표를 재구매한 덕에 비용이 2배로 든 일이 있었다. 영화는 세간의 평대로 어느정도 “마당을 나온 암탉‘과 유사한 전개가 한동안 진행됐다. 후반은 상당히 급박하게 진행되었는데 덕분에 이야기가 두 부분으로 나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전반부만 해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멋진 영화였다. 그림체도 개성있어서 이것이 드림웍스 자체 제작 최후의 작품이란 갓이 몹시 아쉽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서는 시가행진을 TV로 보다가 둘째에게 시청권을 뺏기고 대신 키보드 구입을 위해 웹사이트에 방문했다. 초등학교 입학준비금 사용 시한이 되었는데 문구류는 이미 산 갓도 있고 최근에는 학교에서 대부분 마련해주기 때문에 용처가 마땅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마침 컴퓨터도 하나 더 생긴 마당에 무선 키보드를 구입하기로 했다. TV와 연결해서 사용하기에 딱 좋았기 때문이다. 좀 덩치가 되지만 다행히 TV 뒤로 잘 가려진다. 남은 돈으로는 무선 기계식 키보드를 샀다. 예전에 동생이 선물로 준 MX 키보드의 느낌이 꽤 좋아서 고르게 됐다. 다만 이걸 사느냐 마우스를 비꿀 돈은 남지 않았다. 그 동안 둘째는 ‘벼랑 위의 포뇨’를 보았는데 너무 재밌다며 연신 감탄했다. 정오에 봤던 영화만큼 극적인 영상은 없지먼 동화처럼 잔잔하게 하지먼 전개는 더 매끄럽다.
저녁에는 부인이 또띠야 위에 모짜렐라 치즈와 그 외 토핑을 잔뜩 얹은 유사 피자를 요리했다. 아이들은 무척 잘 먹었고 나 또한 꽤 맛있었다. 다만 또띠야가 오븐에 구워지니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부숴졌다. 아마 난으로 하면 더 나을 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겆이를 하고 생각해둔 창고 장리를 했다. 베란다에 재활용품을 담은 봉지들을 놔두고 있는데 보기에 그리 좋지 않아 그곳에 있는 벽장 안에 넣고자 했다. 하지만 이미 벽장은 온갖 수납으로 만원인 상태이다. 부득이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해서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 하나는 쓰지 않는 30인치 TV도 있다. 여러가지를 버리고 다시 차곡차곡 쌓아서 마침내 재활용품 봉지를 벽장 안에 숨길 수 있었다. 한결 깔끔해보여서 만족했다. 다음 과제는 화분 하나를 정리하는 것이다. 텃밭용으로 매우 큰 이동식 화분이 있는데 이것도 꽤나 짐이다... 일단 물 새는 문제부터 해결해서 다른 곳에 옮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빨래를 널기에 성가시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온 가족이 루미큐브를 했다. 첫째는 무척 이 게임을 잘하지만 최근에는 둘째도 곧잘 한다. 나는 내리 꼴찌를 했다. 잘 시간이 다 되어서 책을 읽어주고 불을 껐다. 둘째도 피곤했던지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도 없이 잠에 빠졌다. 나도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이 들었다. 일어날려면 그럴 수도 있지만 자고 싶었다. 명상을 하듯이 호흡에 집중해보았다. 그리고는 거의 바로 잠에 빠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