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부터 연휴를 가졌다. 목요일은 개천절이었고 금요일은 전사휴가일이었다. 긴 휴일을 보냈더니 몸의 긴장이 꽤 풀어지는 느낌이다. 최근에 운동 강도를 좀 높인 탓인지 그만큼 내성도 생겼지만 휴식 때 피로감도 더한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매우 힘들다. 그에 비해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오히려 쉬워진 것 같다.
지난 토요일은 원래 등산을 가려했다. 동네 다른 아빠가 추천해준 안산이 목적지였다. 부인은 그곳을 가고 싶어했지만 다음 주 한글날로 미뤘다. 사실 나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날 아침 일찍 부인과 큰딸이 서울랜드로 가서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귀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징검다리 연휴여서 그런지 무척 인파가 많았다고 한다. 학교로 말하자면 임시휴교를 선언한 곳도 매우 많았다. 그래서 놀이 시설마다 사람이 붐볐던 것 같다. 사실 서울랜드 자체는 6시에 나왔지만 같이 놀러갔던 동네 엄마들과 저녁을 겸한 회식으로 늦게 오기는 했지만.
부인과 큰딸이 그런 일정을 갖고 있을 때 나와 작은 딸은 실내 동물원에 갔다. 딸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간잘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잠에서 주렁주렁은 좋은 선택이었다: 입장할 때 입장료말고도 먹이값만 11종 동물에 대해 만천원을 더 써야했다. 예전에 주렁주렁 갔을 적에 둘째는 겁이 많아 도무지 제대로 먹이를 주지 못했다. 핀치 같은 작은 새가 날아와도 겁을 먹어 손바닥의 먹이를 전부 쏟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침착하게 한알한알 주는 것이 대견했다. 핀치만 해도 전혀 겁먹지 않고 자리를 바꿔가며 새가 오는 곳을 찾는 것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왕부리새 같은 경우에는 토시를 끼고 줘야한다. 발톱이 날카롭고 부리도 몹시 크기에 겁이 날 만도 한데 훌륭하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대견했다. 일전에 안 좋은 경험이 있었던 주주랜드를 딸을 위해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먹이를 주기에 그만한 곳이 없기는 하다. 저녁에는 피자가 먹고 싶다는 걸 깜박하는 바람에 울음을 터트렸다. 이전에 엄마가 해줬던 또띠아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 나는 컴퓨터 세팅으로 바빠서 잊어버렸다. 식후에 식재료를 사다 다음 날 아침에 만들기로 하고 달랠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에 딸들과 피자를 만들었다. 오븐 사용에 서툴렀지만 어쨌거나 치즈는 녹았고 특유의 모짜렐라 맛 덕분에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첫째는 처음부터 꽤 근사한 피자를 만들었고 둘째는 처음에 서툴렀지만 두번째는 꽤 예쁘게 만들었다. 등산 계획이 취소돼서 오전에는 Fez라는 게임을 함께 했다. 아기자기하게 이쁘게 속이 꼭 차게 잘 만든 게임이었다. 타자 연습을 하던 둘째도 그걸 보더니 하고 싶어했다. 오후에는 첫째가 친구와 게임을 하기로 약속을 해서 근처 마트에 갔다. 친구와 함께 해서 그런지 프리파라라는 게임에 흥미를 다시 가진 것 같았다. 몇 년전에 매우 열심히 해서 이미 많은 카드를 갖고 있지만 말이다.
다녀와서는 저녁을 막고 루미큐브를 하고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았다. 이제 40년은 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연출이나 진행이 세련된 것 같았다. 아마 그래서 명작이겠지만. 영화를 10시까지 보고 또 루미큐브를 했다. 요새 부인은 산수를 배운다는 측면으로 아이들에게 열심히 이 게임을 장려하고 있다. 둘째는 이전에는 내리 지더니 이제 곧잘 이긴다. 그러면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고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다. 여전히 첫째가 제일 잘하지만 좋은 경쟁자가 생긴 것 같다. 한편으로 조금 어려운 게임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일요일에는 가사 노동을 했다. 저녁에 보드 게임을 몇 판하고 토요일에 미처 못 봤던 영화 뒷 부분을 봤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제 둘째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옛날이야기를 세 편이나 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