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부인의 고모가 급성쇼크로 입원한 직후 돌아가셨기 때문에 혼자 애 둘을 돌봐야했다. 제일 문제는 식사였다. 아침이야 내가 있는 반찬으로 차려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점심과 저녁까지 준비하고 애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처음 오뎅국수는 그럭저럭 먹을만했지만 두번째 짜장면은 완전 실패하고 말았다. 전분도 너무 많았고 무엇보다 짜장을 너무 적게 넣어서 특유의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둘째는 울면서 먹기 싫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해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먹일 수 밖에 없었다. 혼자 아이들을 돌보고 같이 놀고 음식 준비를
하고 마중 나가는 것까지 하니 몸이 몹시 노곤했다. 평소에도 내가 꽤 가사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가 한계였던 것 같다. 조사 휴가로 월요일을 쉴 수 있어서 농구를 하러 갈까 하다가 몸에 쌓인 피로를 느끼고 그만두었다. 내일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전신욕을 했다. 남는 시간에는 게임을 즐겼다.
어제는 우울한 일이 있었다. 자식들 계좌에 투자한 주식을 손절했다. 나의 위험 추구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마 그럼으로써 어느 정도 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디. 하지만 그럼에도 손절했다. 그리고 둘째에게 들어오는 정기 입금도 저축으로 바꿨다. 배당주로 바꿀까 고민했지만 그건 내가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이제 계좌 금액이 0이 되더라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 계좌에 좀더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그렇다고 순환매를 활발히 한다기보다는 종목에 대해 점검하는 일을 가끔 숙고하는 걸 의미한다.
저녁 늦게 부인이 돌아왔다. 몹시 지친 모습이었다. 하긴 병문안으로 갔다가 3일상에 함께 하고 장지까지 갔으니 그도 그럴 법하다. 오늘도 쉴 수 있지만 바쁜 일상은 그녀를 회사로 데리고 갔다. 나만 해도 기술적 난관을 모두 해결하고 조립 시점에 이른 작업으로 인해 어서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가 들며 초상이 많아진다. 더 많아지고 내가 당사자가 될 날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우연에 우연이 겹쳐 나의 의식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낀다. 한편으로 분해 과정이 종종 문구에 등장하듯 영원한 휴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편안해지기도 한다.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자만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묵묵히 채워나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