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 길에 울적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보니 그런 것 같다. 사실 평가를 정당히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고용을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그런 것은 사치일 것이다. 그런 정당성을 부여하려해도 마음 한 편에 슬픈 마음이 꾸물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영화나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헌혈로 생긴 영화표도 있고 이번 주 근무시간도 얼마간 여우도 있고 해서 글라디에이터 2를 보러 갔다. 극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월요일 저녁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팝콘을 사들고 갔다. 팝콘은 식기도 했고 카라멜이 몇 개 섞여 조금 불만족스러웠다. 그래도 앞자리에서 방해없이 큰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영화는 전작보다 완성도가 떨어져보였다. 하지만 액션은 그걸 충분히 만회할 만했다. 그럼에도 전작에 나왔던 사후세계의 암시가 이번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 내게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이제 인생 후반기를 시작하는 나로서는 이제 죽음이라는 것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만 해도 명절 때 뵈던 친척들이 여럿 세상을 떠났다. 나도 순리대로 그날이 올 것이다. 영화처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후회없이 가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죽음이 내게 막연한 공포만이 아닌 영원에 가까운 휴식이라는 점도 분명해보인다. 나는 명상으로 그런 걸 느낀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밤거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마음에 드리웠던 불쾌한 감정은 어느정도 가셨다. 나의 절망감과 불안함과 조급함도 죽음과 함께 씻겨나갈테니. 그런 상태를 생각하는 것이 묘하게도 위안이 된다. 일단은 하나하나 삶의 궤적을 생각하며 하루를 충실히하면 될 것이다. 일단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평온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 다음 궤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영원한 안식이든 조그만 도전이든... 어쨌든 긴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