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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상문219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크로스로드에 서 보내준 책들 중 두번째로 읽은 것. 과학인 뿐이 아닌 인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까지 같이 쓴, 수필의 모음이다. 바로 과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다양한 관점의 수십 편의 글들을 읽는 재미가 있지만, 요약하는 건 좀 어렵다. 고로 나도 이런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한다. '나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좀 거창한가? 내게 과학은 삶의 원칙을 주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한다는 원칙, 사실이 어떤 근거에 뒷받침되는지 의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둘은 상호 모순으로 보인다. 오히려 보완적이다. 모든 현상을 체험하고 실험할 수 없다. 이른바 많은 사실들이 대중매체를 거쳐 전해진다. 여기에 관여된 자들은 명예 혹은 금전적 동기를 취하고자 정보를 가공할 경우가 있다. 사실에 덧씌워진 거짓말. .. 2012. 3. 29.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최근에 올린 독후감은 뜬금없는 기생충 내용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크로스로드라 는 웹진이 있는데, 서평 공모를 하는 책이 그것이었다. 서평에 선정되면 책을 세 권이나 준다. 관심있다면 지원해보길. 경쟁률이 매우 낮은 것 같다. 월차를 내서 늦잠을 자는 중에 전화가 와서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에서 택배를 보냈다고 해서 어리둥절했다. 그곳이 크로스로드를 운영하는 주체였다. 그렇게 책 세 권을 받았다. 읽는대로 이에 대한 독후감도 써볼 생각이다. 첫 번째는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이다. 국내 작가들의 SF 단편 모음이다. 참고로 난 SF를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편은 주로 소재의 기이함에 집착하는 측면이 있고, 이야기 전달이 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작품도 있지만.. 2012. 3. 13.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뱃 속에 벌레가 들어있는 느낌이 유쾌할리 없다. 익히 알고 있는 촌충, 회충 같은 스타급(?) 존재들을 잠시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내 몸에서 꼬물거릴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이 책은 그들의 사연을 들을 기회를 주고 있다.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보자. 일단 기생충이 문자 그대로 벌레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원생동물, 바이러스 같은 것들도 포함한다. 어쨌거나 내 몸 안의 영양분을 앗는 그들이 유익한 존재일리가 없다. 그러나 종(種) 차원에서 이는 진화를 위한 압력으로 존재한다. 이를 '붉은 여왕의 달리기'라고 표현한다. 현재 위치에 머무르려고만 해도 뛰어야 한다. 지금 위치를 앞서려면 두 배는 힘써야 한다. 특이한 생활사를 가진 기생충도 소개한다. 대표적으로 하나만 들어보.. 2012. 2. 13.
쾌도난마 한국경제 도서관에 갈 적마다 장하준의 신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빌리려 하는데, 대출 예약까지 되어있는 통에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예약까지 걸 필요는 못 느끼고... 대신 상대적으로 오래된 그의 저작 중의 하나를 빌려왔다. '사다리 걷어차기'가 씌여진 후의 인터뷰로 구성된 탓인가. 많은 내용이 익숙했다. 그의 풍부한 역사적 지식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제는 익숙히 본 것들이고... 바로 신자유주의는 악이다 ^^ 구어체로 쓰여있어서 앞에서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 괜찮다. 그의 주장을 반론하는 글도 찾아서 읽어봤다. 음... 아직 납득할 만한 주장은 보지 못했다. 통계가 없다고? 주장의 논거가 부족하다고? 흠... 그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변증법이라고 생각한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서술한 .. 2012. 2. 2.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 공연 대한극장에서 관람했다. 영화는 아니고, 25주년을 맞은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를 녹화한 것이다. 앉으면 여지없이 하는 광고를 보면서 느낀 아쉬운 점. 극장 측이 무슨 생각인지 스크린 위쪽을 살짝 가려놨다. 그런데 화면 비율은 대략 4:3. 덕 분에 클로즈업할 때 배우 얼굴이 자주 잘렸다. 게다가 왜 영화관에서 파는 표 값이 2만원... 덕분에 자막은 맨 밑에 위치해있다. 앞쪽에 여자 분이 앉았음에도 일부가 보이지 않는 것을 피할 도리가 없다. 덕분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막을 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홈페이지에서는 어느 좌석에서나 잘 보인다며... 어쨌든 이 작품은 영화관에서 보기에 정말로 적합한 작품이다. 아니면 집에 홈씨어터가 있다면 그쪽도 좋을 듯 싶다. 폭발적인 성량을 느끼려면 .. 2012. 1. 28.
열네 살 지금은 포기한 일이지만, 이십 대 때에는 간절히 시간을 거슬렀으면 했다. 영화에서 봤던 환상 같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지나간 세월을 탓하며 그때의 결정을 번복하고 싶었다. 모든 결과를 최선으로 이끌고 싶었다. 당첨되지 않은 복권을 생각하듯이. 이번에 본 책은 그랬던 내 마음을 대변해준다. 주인공은 나비 효과 - 나비가 팔랑거리는 모습이 나온다 - 로 인해 열네살 그 시절로 시간을 옮겨간 것이다. 또 하나의 나는 없다. 대신 다른 동급생에 비해 월등하다. 몇 십 년의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한 것이다.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술도 잘 마신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 또한 나이답지 않다. 덕택에 교내 최고의 여학생과 교제하게 되었다. 이전 현실에서 그는 바쁜 샐러리맨으로서 가정에 소.. 2012. 1. 8.
C++로 배우는 프로그래밍의 원리와 실제 아침마 다 틈나는대로 읽어서 3개월 걸린 끝에 다 보았다. 읽은 것은 지난 달 일이지만, 피일차일 미룬 끝에 이제야 쓰게 된다. 기술 서적이 소설도 아니고 한번 읽은 것 따위로는 어림도 없지만... 어쨌든 티끌모아 태산을 간만에 실천해봐서 기뻤다. 다 읽고 나서 들은 생각은 이렇다. '대학 때 이걸로 공부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프로그래머를 지망하면서 내가 봤던 책은 하나같이 문법이나 테크닉을 전달해주는데 바쁜 책이었다. 지금 떠올리니 내 마음도 급했지만. 이 책을 보면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연습 문제. 워낙 엄청난 분량 - 1300쪽이 넘는다 - 탓에 진득하게 훈련 과제/복습/연습 문제까지 푼다면 1년 안에 끝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다. 게다가 그 깊이란. 또한 부가적으로 얻은 것이 있다. .. 2012. 1. 2.
실종 일기 한 만화가가 있다. 엄청난 일에 시달리던 만화가는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떠났다. 산으로. 산에 숨어 단속을 피해 살면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밤마다 마을로 내려온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며, 길가의 꽁초를 피우며, 자판기 밑의 동전을 찾는다. 한없이 답답하고 길이 없는 것 같지만, 시종일관 웃고 있는 주인공 표정. 그리고 별미를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 나에게까지 전해온다. 무전취식. 노숙. 다른 사람에게 그리 큰 피해는 주지 않는 것 같지만, 우울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만화로 표현되는 그의 삶은 즐겁게 전해진다. 무엇보다 그가 원해서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가득한 만화 일을 버리며 배관 설치 일도 한다. 오랜 음주 습관으로 마침내 알콜 중독에 걸려 치료하는 과정도 실려있다. 그.. 2011. 12. 17.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모든 사람처럼 나 또한 매일매일 결정을 한다. 예를 들면 버스타기가 있다. 나는 통근을 버스로 하고 있다. 거진 30분 이상을 타므로, 피로를 줄이기 위해 앉는 편이 유리하다. 그런고로 서울시의 버스 정보를 열심히 참조하고 있다. 전략은 두 버스의 간격이 작을 때 뒤쪽을 타는 것이다. 이전의 전략은 단순했다. 일단 최대한 탑승 시각을 늦추면서, 사람이 덜 있는 버스를 타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기도 하거니와 앉는 편도 드물었다. 최근 전략은 이전보다 좋지만, 세상사가 그렇듯 항상 적중하지는 않는다. 가까이 붙었지만 뒤편 차가 더 사람이 많은 경우도 있다. 사람은 적지만, 내리는 사람이 없어 앉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심지어 버스 정보가 틀린 경우도 있었다. 행동이 올바르다고 해도 운은 크게 작용한다는 걸 .. 2011. 8. 21.
폴아웃 택틱스 이제 고전 게임 축에 속할 정도로 예전에 출시된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의 지루함을 몇 차례 들었기에, 그 동안 손에 잡기를 미뤄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몹시 심심한 덕분에 이 게임을 잡아볼 용기를 얻었다. 가장 큰 이유는 폴아웃의 설정을 이어받은 점이다. 나는 폴아웃의 설정을 무척 좋아해서, 찾아볼 수 있는 한 최대한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폴아웃 1, 2에서 보여준 전투 방식이 그리 나쁘지 않았고, 나도 이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는 들은 바가 있었다. 폴아웃의 전투 시스템을 가져와서, 그 위주로 게임을 구성했다고. 롤플레잉 전개를 빼놓고는 폴아웃과 거의 그대로라는 것이다. 나 또한 게임을 즐겨본 다음 쓰는 것이지만, 어쨌든 첫 인상은 무척 괜찮았다. 강철 형제단(Brotherhood of Steel.. 2011. 8. 16.
Windows via C++ 이 책을 읽는 데 3개월 넘게 걸린 듯 싶다. 꽤 오래 읽어서 집에 가져가기도 했다. 그런데 도무지 읽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모양이다. 결국 회사에서 짬짬이 독파. 윈도우 운영체제 하의 C++ 개발자라면 정말로 유용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지식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다. 책을 읽으며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저자의 풍부한 지식을 샘내하며 말이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나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등은 프로그래머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알려준 것 같다. 반면에 이 책은 프로그래머의 길을 가기 위한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책의 기술 수준이 높고 분량도 만만치 않은 탓에 모든 부분을 이해하고 넘길 수 없던 점은 아쉽다. 그리고 예.. 2011. 8. 9.
지식 프라임 회사 동료 중 한 분이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재미있는 책이다. 짧지만 낯설은 지식들이 모여 한 권으로 묶였다. 사회, 심리, 역사, 경제 등 다방면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충분히 읽는 동안 마음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읽고 난 뒤의 아쉬움은 왜 그럴까. 단편적이고 유기적이지 못한 탓일 것이다. 연결되지 않으니 휘발유가 기화하듯이 쉽게 기억도 사라진다. 술자리에서 떠들면서 말하기에는 깊이가 적고, 아는 체 하기에도 좀 부족하다. 예전에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좀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읽고 나서 남는 것이 좀 부족하니까. 사정이 이러니 리뷰를 위해 쓸 내용도 없다.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더구나 내게는 잡학 지식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충분한 수단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엔하위키(.. 2011. 7. 14.
피드백 이야기 회사에서 온라인 독서 교육을 지원해줬다. 덕택에 작년에 정말 많은 자기 개발서를 보았다. 그 반작용으로 올해는 이쪽에 대한 관심이 좀 뜸해졌다. 갈증이 해소되었다고 표현해야하나. 최근에 팀내 인사이동이 있었고, 나의 직책도 바뀌게 되었다. 사장과 면담 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내가 독서교육에 많이 참여한 사실을 아는 것 같았다. 면담 후 책을 추천해줬으며, 간만에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독후감을 안 쓰고 있는 건, 상당히 두꺼운 책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Window via C++인데, 몇개월 째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쪽에 좀더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피드백 이야기'는 반납해야하니, 독서 우선순위를 바꿨다. 이 책은 실제 사례보다는 소설 쪽이다. '누가 내 치즈를 훔쳤는가'처.. 2011. 6. 20.
포탈 팀장이 해외 출장을 가서, 내가 여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게다가 사이버 교육도 신청하고... 5월은 무척 바쁜 느낌이다. 모니터 4개를 노려봐서 그런지 눈도 아프고... 어쨌든 틈틈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최근에 포탈의 설정에 대해 읽을 기회가 있었다. 하프라이프만큼 독특한 소재가 가득 담긴 게임이었다. 이전부터 이 게임의 독특함에 대해서는 익히 듣고 있었다. 허나 나는 롤플레잉 외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퍼즐이라는 말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 컨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생산하는 쪽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으로 하여금 사회에 행복감을 더해주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자본을 들여 장기간 게임.. 2011. 5. 23.
푸른 끝에 서다 역사의 화려한 모습 속에 잊혀진 자들을 생각해본다. 명장이 탄생하기 위해 죽어야했던 수많은 사람들. 성공을 위해 실패해야만 했었던 이들. 삶을 짧게 태워야만 했던 이들. 이 만화책은 역사의 그런 면을 생각하게 했다. 주인공은 평범한 징집병이다. 제대를 얼마 앞두고 나선 그는 중대장의 호출을 받게 된다. 그리고서는 기무대로 연행된다. 소소한 일상이 그려지는 짧은 초반부는 그렇게 끝난다. 내용 중 절반은 그가 있지도 않은 죄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나머지는 재판 대기라는 명목으로 오랜 기간 동안 영창에 연금되서 겪는 고초를 그리고 있다. 가장 압권은 죄가 창조되는 과정을 묘사한 중반부이다. 기무대 수사관은 투철한 직업관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예술을 펼친다. 그들이 상대에게 악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소.. 2011. 5. 3.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만 화는 홍길동전을 연상하게 한다. 잘 알다시피 홍길동은 서자의 차별을 견디고 일어서서 입신한다. 그러나 여기의 주인공은 조금 다르다. 차별을 받되, 제도의 테두리에서 소극적인 저항을 한다. 우연한 계기로 견주 혹은 견자라 불리는 주인공은 봉사 검객 황정학의 간곡한(?) 설득에 이끌려 길을 떠난다. 이제 줄거리는 그들의 여행을 그리기 시작한다. 스승의 가공할 실력과 정신적 풍부함을 보여주면서, 극복과 성장을 위해 따라야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준다. 그러면서 이몽학, 백지, 방짜쟁이, 이장각 등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인물들이 나름대로 상황을 견디고 꺾이는 모습을 그려준다. 끝까지 작가는 담담하게 이들의 여로를 그리고 있다. 활자와 그림을 동원하는 만화 만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심리 묘사는 단연 일품이라 .. 2011. 4. 25.
야구 9단 심심할 때면 으레 하는 일이 있다. 네이버 야구를 방문하는 일. 토요일 오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는 일은 잘 안되고 마음은 무겁고 답답하고. 야구에 대한 이런 저런 글들을 읽고 자평하고 있었을 즈음, 상단의 커다란 배너가 들어왔다. 그게 야구 9단이었는데, 이전에도 몇 번 본 적은 있었지만 고백하건대 웹게임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무시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깊이가 없다? 어쨌든 글들도 모두 읽었고 할 일도 없었으므로 한번 어떤 게임인지 구경이나 하자 마음 먹었다. 역 시 웹게임이군. 초기 진입은 너무나 쉽구나. 설치 기반 게임도 요새 방식은 편해졌지만, 점점 커지는 리소스는 파일의 크기를 심대하게 키워왔다. 지난 주에 잠시 했던 러스티 하츠또한 그랬는데, PC방에서 했음에도 불구하고 설치만 20분은 걸린 .. 2011. 4. 20.
로지코믹스 나는 수학을 동경한다. 자연을 표현하는 암호. 그러나 알고보면 완벽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움이 들어있다. 편입 당시에만 해도 수학의 옷자락 한 켠의 향기로움을 맡는 데까지 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로그래머 생활을 한 지 4년이 되고 공부는 조금씩 멀어지고, 수학은 동경의 대상으로까지 멀어져버렸다. 그러나 아직도 서점에 가면 공부하기 쉬운 수학책이 없을까 찾아보곤 한다. 그러는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와우... 내가 좋아하는 만화 형식에 수리 논리학이라니! 책을 집에 가져와서 그날로 밤을 새워서 다 읽고 말았다. 읽고 나서 느꼈다. 나의 신앙이 더 강해졌음을. 러셀의 성취와 노력을 성인처럼 생각하고 있음을. 무엇보다 무언가 이룬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함을 느꼈다. 그 정도로 집중해야하는 것이다... 소년.. 2011. 4. 5.
뉴로맨서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아이디어회관 문고판으로 SF를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같은 책을 읽고 또 읽고... 세계 명작 문고도 있었다. 다 읽기는 했지만, 두 번 다시 잡을 생각은 안했던 것 같다. 반면 SF는 그렇지 않았다. 많이 읽은 건 열번도 본 것 같다. 상상에서나 존재하는 세계에서, 굉장해보이는 기술이 등장하고, 마법이나 다름없는 지식으로 헤쳐나가는 SF 소설이 내게는 정말 흥미있게 다가왔다. 그런 경험 덕인지 여전히 SF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장르이다. 판타지는 그 반대이고. 많이 알다시피 뉴로맨서는 사이버펑크의 효시로 유명한 작품이다. 내가 처음 책을 잡았을 당시에도 책의 뒷면에 그렇게 써있었다. 이번에 읽은 책도 그러했지만. 그 때가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 2011. 3. 14.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이제 프로그래머를 한 지도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을 느낀다. 프로젝트에 익숙해졌다는 느낌과 함께 성장이 벽에 부딪쳤다는 느낌. 무엇보다 쌓은 지식의 깊이가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그런 즈음에 보게 된 이 책. 절실한 내 사정과 훌륭한 책 내용 덕에 짧은 시간 내에 읽어 버렸다. 책 내용은 프로그래머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을 보여준다. 독학 프로그래머인 내가 그간 무얼 잘못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당장의 필요와 많은 걸 알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문제였다. 폭넓은 지식은 쌓았지만 상대적으로 깊이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기초란 정말 중요하다. 이 책에서도 내내 언급된다. 어떤 기술이든 토대가 있고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지식도 점진적으로 꾸준히 .. 2011. 3. 13.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먼저 한줄 요약: 과학자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멋진 소재 하나로 공포와 자극 넘치는 소설로 그려냈다. 항상성 우주라니... 연극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한정된 시공간에서 한 과학자가 겪는 나날이 어떻게 이리 흥미로울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솔라리스하고 비슷한 종류 같지만, 이쪽이 훨씬 재밌었다. 주인공은 천문학자로서 오랜 시간 끌어온 증명이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른 상태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그에게 은근히 신경쓰이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그에게만 있는 건 아니었다... 공포는 실체화되어서는 안된다. 그 순간 한정되어 버린다. 시각 매체가 이토록 발달한 지금에도, 활자 매체가 사랑받는 까닭은 바로 상상의 힘 아닐까. 어렸을 나는 외계인을 몹시 두려워했다... 2011. 3. 4.
별 방랑자 바다 늑대 이후로 오랜만에 읽는 잭 런던의 책. 차가운 감옥 안에 있는 사형수의 수감 생활이 주가 되어, 그의 무한한 정신이 겪는 몇 건의 모험담이 어우러져 있다. 한국에 대한 책을 썼던 경험 덕인지 조선도 주인공의 여정이 된다. 설정은 도무지 몰입이 되지 않지만... 사실 내게는 교도소의 삶을 묘사하는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 인간성을 시험하는 폐쇄된 공간... 절대 겪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터부마냥 궁금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구속복? 나는 폐소공포증이 있는 듯 싶다. 답답함을 느끼면 안절부절하게 된다. 그런데 그 단단한 천을 사람의 몸에 꽁꽁 둘러싸다니... 책에서는 일반 사람은 며칠을 못 버티고 미치거나 죽는다고 한다. 구속복의 느낌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봐야 한다. 참으로 실감난 묘사에 절로 답.. 2011. 2. 28.
Yes Is More 덴마크의 건축 회사인 BIG가 설계한 멋진 작품들을 소개하고, 어떻게 탄생했는지 과정이 담겨있는 책. 두꺼운 용지에 전면 컬러로 인쇄된데다가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아주 술술 읽힌다. 책에 담긴 것은 그들이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이라고 하는데, 풍부한 해설이 담긴 책을 보는 편이 전시회 구경보다 나아 보인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 건축 또한 다양한 제약 사항을 가진다. 다양한 지형에 걸쳐진 토지, 한정된 비용, 건축주의 다양한 요구사항... 등산가가 정상을 등정하듯, 그들도 제약사항을 극복해낸 경험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들의 모토인 예스맨 - 읽다보니 항상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 이 이뤄낸 성과들은 내게 긍정의 힘을 더욱 믿도록 했다. 시도가 실패했다고 금새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밝혔듯이 설계.. 2011. 2. 25.
세계 최고의 게임 크리에이터 9인의 이야기 세상에는 멋진 게임들이 많지만, 이름이 알려진 제작자는 그렇지 않다. 점점 그런 경향은 강해지고 있다. 제작 규모가 커지면서, 1인의 비중은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전설은 생기고 있으며, 그 주인공을 살피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들이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과정이 어떠했느냐가 나의 관심사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 속성을 뽑는 걸 염두에 두고 읽었다. 그건 내가 변화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자 때는 사람들의 협조를 구하려 애써야했다. 프로그래머로 변신한 후는? 좀더 주도적, 기여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 기뻤다. 코드의 완성도를 높여갈 때마다 즐거웠다. 물론 하지 않은 게 나은 적도 많았고, 괜한 고집을 부리거나 화를 낸 적도 많았다. 내가 기획자였을 때 몇몇 비협조적인 프로.. 2011. 2. 7.
호밀밭의 파수꾼 읽은지는 몇 번되지만 이제서야 독후감을 쓰게 된다. 이야기는 어찌 보면 고작 며칠간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다. 그러나 놀랄만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훌륭한 드라마는 소재보다 전개가 탁월하다 했던가. 이 작품도 그렇다. 너무나 빠진 나머지 화장실에서, 아침의 약간 짬에도, 자기 전에도 쉴새 없이 읽었다. 책을 읽지 않을 때는 생각했다. 어째서 이런 매력을 갖고 있을까. 이것이 고전이 가진 힘인가. 허나 태어나서부터 고전으로 나온 책이 있을리가 없다. 성인이 쓴 책도 아니고 말이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면 고전이 되는 것 아닐까. 어떻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책이라면 문자로 배치된 묘사 밖에는 수단이 없다. 이 책의 묘사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작가가 주인공처럼 살아보고 .. 2011. 1. 6.
C++ 템플릿 가이드 템플릿 라이브러리의 아름다움에 빠진 것은 내가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하면서다. 정확히는 표준 템플릿 라이브러리(Standard Template Library, 이하 STL)을 만난 후이다. 간결함과 확장성에 뛰어난 성능까지. 진정으로 빠졌다. STL을 알고 나서 컨테이너를 구현하는 것은 바퀴 재발명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멋진 제네릭 프로그래밍을 펼쳐야지하고 다짐했었다. 그런 관계로 템플릿 프로그래밍은 항상 내 관심사 상위에 있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템플릿에 대해서는 고전으로 알고 있다. 2002년에 나온 책이니 최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템플릿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룬 책으로 유명하다. 템플릿은 어찌 보면 마술같다. 인자도 반환형도 다른 함수 포인터를 컨테이너에 집어.. 2010. 12. 22.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제목에 혹해서는 안될 책이다. 한국어판 제목은 책 내용과 한참 어긋나있다. 부제인 '프로젝트 군상의 86가지 행동 패턴'이 내용에 걸맞다. 허나, 이런 심심한 제목을 붙이기는 어렵겠지. 원제도 좀 난해한 인상이고... 책은 그냥 IT 종사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집에 가깝다. 6명의 저자가 닥치는대로 궁리해서 페이지를 채우려 한 덕인지, 뒤로 갈수록 코에 걸면 코걸이같은 내용들이 넘쳐난다. 졸트 상 수상 따위에 낚여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긴 닥치는대로 과학소설을 읽을 적에도, 휴고/네뷸라 수상작은 무조건 읽던 시절이 있었군... 프로젝트 중의 모습을 잘 짚어내는 글들이 꽤 있다. 날카로운 풍자 덕에 웃긴다. 86가지 패턴을 궁리하느라, 전력을 다한 기분이 느껴진다. 참, 책에 나오는 글대로 하.. 2010. 12. 11.